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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경 - 뭇 꽃이 다 지도록시(詩)/시(詩) 2021. 7. 26. 21:14
맨 처음 매화가 피었다
매화가 지니 목련이 피었고 목련이 지니 영산홍이 피었다
그 사이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었다 졌지만
유채꽃이 피었기에 나는 노랗게 떨어지는 유채꽃 틈에
서 이팝꽃 피는 걸 보았다
이팝꽃 질 때는 아카시꽃이 피는 줄도 몰랐고
아카시꽃 질 때는 감꽃이 피어나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모르다 감꽃이 지는 사이
밤꽃과 접시꽃이 피었기에 키 큰 해바라기 피어오르는
것을 놓칠 뻔했다
밤꽃과 접시꽃과 해바라기를 차례로 보내고 백일홍이
오는 걸 보았다
백일홍 지고 나니 국화가 피었고 국화가 지고 나니 그
시절이 다 지났다
(그림 : 허순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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