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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은 멀리 귀를 모으고 숲은 고요했네
핀들핀들 몸을 흔들던 풀꽃방망이들 내 물컹한 종아릴 툭툭 치는 짓궂게 웃는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몸을 옮기며 저 새들 힘차게 깃을 터는 숨 고르는
구름을 뚫고 내려온 햇살 어린 잎새에 내려앉는 조심스레 스며드는
꽃다지 냉이꽃 가늘가늘 목을 젖히며 웃는 몹시도 까불대는내가 이 언덕, 귀가 확 트이면 알 수 있을까
앞섶 들추어 몰래 젖을 물렸을 저 샛강 낭창한 허리가 내 팔에 안겼다 스르르 풀려나가는 소리와
그 젖을 먹고 자란 아이가 저물녘 강둑에 나앉아 듣고 있을 물이끼 자라는 소리 같은 거
지금 막 그대 이마를 스을쩍 문지르고 가는 햇살의 소리
그 햇살 꼴깍꼴깍 받아 마시고 있는 잎새의 푸른 목젖 소리 같은 거언덕은 멀리 귀를 모으고 숲은 고요했네
(그림 : 김용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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