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애 - 모퉁이를 걷다시(詩)/시(詩) 2021. 4. 30. 09:43
공원 모퉁이를 걷는다
한 여인이 벤치에 앉아 두리번거리다 화들짝 놀란다
산책 중인 내 발소리를
기다리던 사람의 인기척으로 들은 듯
우리의 간격은 10m
그녀와 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경계를 이루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외로움을 들켜버린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딱히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듯했다
인적이 뜸한 저물녘이었다
비둘기 우는 소리가 적막을 깨우고
새들은 짝을 찾기 위해 귀가 밝아졌다
나도 이제
수신인 없이 통화하는 비결을 터득할 때가 되었다
말하고 싶어서
내 손은 울리지 않는 주머니 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그림 : 박영규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은채 - 오월 (0) 2021.05.02 박주택 - 폐점(閉店) (0) 2021.04.30 이양희 - 바람이 데려오는 꽃 (0) 2021.04.30 김주대 - 최고급 스테레오 시스템 (0) 2021.04.29 김주대 - 여자의 일생 (0) 202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