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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 화양계곡의 아침시(詩)/황동규 2021. 4. 28. 19:26
지난밤 여러 사람과 꽤 마셔댔으니
말빛 많이 졌겠지.
자갈들이 서로 살갗 살살 간질이는 새벽 물소리
잠이 종잇장처럼 가벼워진다.
펜션 빠져나와 물가에 선다.
이게 몇 세월만인가?
여기저기서 물안개들 피어올라
안개구름 되어
산과 산 사이로 올라가 몸을 감춘다.
골짜기들 품이 생각보다 넉넉하군.
바로 눈 앞 물 위에서 이리저리 달리는 저놈은?
아 소금쟁이, 내 정신보다 더 가볍고 빠르네.
군더더기가 없다.
산새 하나가 풍경(風景) 밖으로 나와
이리 와유 요리 와유 하며 뛰어다닌다.
이런 곳이라면
진 빛 못다 갚고 세상 뜨더라도
가볍고 밝은 잠 하나쯤 데불고 갈 수 있을 거다.
(그림 : 홍인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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