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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 봄 나이테시(詩)/황동규 2023. 4. 14. 01:08
C자로 잘룩해진 해안선 허리
잎이며 꽃이며 물결로 설렌다.
노랑나비 한 쌍 팔랑이며 유채밭을 건너고
밝은 잿빛 새 두 마리 앞 덤불에서 뜬금없이 자리 뜬다.
바닷물은 들락날락하며 땅의 맛을 보고 있다.
그냥 흙 맛일까?
바로 뒤통수에서 물결들이 배꼽춤 추고 있는데.
' 섬들이 막 헛소리를 하는군.
어, 엇박자도 어울리네
물결들이 발가벗었어.
바투 만지네, 동그란 섬들의 엉덩이를.'
가까이서 누군가 놀란 듯 속삭이고
바다가 허파 가득 부풀렸다 긴 숨을 내뿜는다.
짐승처럼 사방에서 다가오는 푸른 언덕들
나비들 새들 바람자락이들이
여기 날고 저기 뛰어내린다.
누군가 중얼댄다.
'나이테들이 터지네.'
그래, 그냥은 못 살겠다고
몸속에서 몸들이 터지고 있다.
(그림 : 이현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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