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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득 은행잎이 흐득흐득 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늦가을이었다
교복을 만두속같이 가방에 쑤셔넣고
까까머리 나는 너를 보고 싶었다
하얀 김이 왈칵 안경을 감싸는 만두집에
그날도 너는 앉아 있었다
통만두가 나올 때까지
주머니 속 가랑잎 같은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나는 무슨 대륙 냄새가 나는
차를 몇 잔이고 마셨다
가슴을 적시는 뜨거운 그 무엇이
나를 지나가고 잔을 비울 때마다
배꼽 큰 주전자를 힘겹게 들고 오던
수학 시간에 공책에 수없이 그린
너의 얼굴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귀 밑에 밤알만한 검은 점이 있는
만두집 아저씨 중국 사람과
웃으면 덧니가 처녀 같은
만두집 아줌마 조선 사람사이에
태어난 화교학교에 다닌다는 그 딸
너는 계산대 앞에 여우같이 앉아 있었다
한 번도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고
미운 단발머리 너는
창밖 은행잎 지는 것만 보고 있었다
나는 그날 만두값도 내지 않고 나와버렸다
네가 뒤쫓아오기를 바라면서
왜 그냥 가느냐고 이대로는 못 간다고
꼭 그 말이라도 듣고 싶었는데
너는 지금까지도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나는 그 이후로 네가 보고 싶어도
매일 가던 너의 만두집에 갈 수 없었다(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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