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휘 - 이발소라는 곳시(詩)/심재휘 2021. 4. 3. 08:05
불쑥 오래된 이발소에 가고 싶다
멀기도 하고 가깝기도 한 곳
해질 무렵 집에도 가기 싫을 때
뜻밖의 이발소를 마음 속에 짓고
하나밖에 없는 의자에 앉으면
나는 너무 오랫동안 허락도 없이
이발소를 다녔구나
오랫동안 거울 속에 건네다 주었던 표정들을 돌려받고 싶다
그리고
후드득 떨어지는 머리카락들을 보며
스르륵 잠이 들고 싶다
머리카락 같은 속마음들을 들키지 않고
그 가늘게 슬픈 것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툭 가볍게 떨어지는 머리칼같이
빙긋 웃으며 긴 잠을 자고 싶다
(그림 : 남성훈 화백)
'시(詩) > 심재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재휘 - 가을 기차 (0) 2022.05.05 심재휘 - 안목을 사랑한다면 (0) 2022.05.05 심재휘 - 사근진 (0) 2021.01.19 심재휘 - 낱.말.혼.자 (0) 2020.06.22 심재휘 - 가슴 선반 (0) 202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