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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휘 - 안목을 사랑한다면시(詩)/심재휘 2022. 5. 5. 16:16
해변을 겉옷처럼 두르고
냄새나는 부두는 품에 안고
남대천 물을 다독여 바다로 들여보내는
안목은 한 몸 다정했다
걸어서 부두에 이른 사람이나
선창에 배를 묶고 뱃일을 마친 사람이나
안목의 저녁에 서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바람의 방향은 밤과 낮이 달랐다
그때마다 묶인 배는 갸웃거리기만 했다
모든 질문에 다 답이 있는 게 아니었다
여기가 물이 끝나는 곳인가 물으면
그저 불을 켜서 저녁을 보여주는 안목
묻는 건 사람의 몫이고
밤바다로 떠나가는 배를 보여주기만 하는 안목
우리가 삶을 사랑한다면
안목에게 묻지를 말아야지
불 켜진 안목을 사랑한다면
천천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잊지는 말아야지
(그림 : 차일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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