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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석양을 메기고 받네요
연창을 하는 수평선과 태양
활을 잡았던 먼 기억이
가늘고 길게 몰려옵니다
언제 활을 잡았던가요
굳어있던 손가락을 현에 얹어봅니다
중현과 유현이 허방으로 미끄러지네요
노을을 탄 대금 소리가
갈대청을 타고 맑게 들려옵니다
혈관 지나 나의 등골 속을
헤집는 그 소리가 따듯해요
대금 따라 활이 뒤척이던 파도를 타네요
순간 호흡을 가다듬고
둥글게,
둥글게,
현을 누를수록
손가락 끝 피톨이 부풀어 오르고
무릎에서 메기고 받는 소리가 온몸을 관통하네요
하염없이 걸어야 할 밤이 오더라도
두 줄의 현을 팽팽하게 당겨
너와 나의 사랑 노래를 안고 뒹굴 거예요
내 손가락에 핀 핏빛 꽃잎을 수놓으며,
(그림 : 임종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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