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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야근인가, 상평공단 굴뚝 위의 저 반달 천날만날 그 옷이 그 옷인 저 반달 검은 작업복 반달 낡은 주전자 들고 느릿느릿 물 뜨러 갔다오는, 동서산업 경비아저씨 같은 반달 이제는 별 쓸모 없는 눈칫밥, 장기근속자 같은 반달 피부병 걸린 반달 아끼고 또 아껴 겨우 몇 푼 모아놓으면, 먹구름 같은 우환이 찾아와 홀라당 앗아가는 반달 썩을 놈의 세상, 이러나 저러니 안 되는 놈은 안 되는 반달 산업재해 입은 반달 그래도 고단할 땐 한숨이라도 되게 한 번 몰아 쉬는 게 힘이지 아암, 아암 오늘도 반대가리짜리 야간잔업 나가는 반달 아무 생각 없이 떴다가 지는 반달 상평공단 굴뚝 위의 저 반달
이제는 비정규직으로 전락해버린 늙은 근로자 같은 반달
반대가리짜리 : 하루 여덟 시간 근무의 절반인 네 시간 잔업을 근로자들은 이렇게 부른다.
(그림 : 강요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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