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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림 - 숨바꼭질시(詩)/시(詩) 2021. 1. 31. 15:32
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꼭꼭 숨어버린 걸까
이름을 부르고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아무도 없네
언제나 나는 술래였는데
그 많은 낮과 밤은
해와 달은 어디로 갔을까
양철지붕을 건반 삼아 퍼부어 대던 격정의 소나기는, 홈통을 타고 떠내려가던 한여름 밤의 음표들은
시험지가 앞에 놓이자 갑자기 머릿속이 텅 비고 백지가 되어버렸는데, 잠에서 깨어나니 꿈이었는데
그 많은 슬픈 꿈들은
시냇물은 졸졸, 가재며 다슬기를 잡느라 햇볕에 깜둥이가 되는 줄 모르고 놀아도 넘쳐 나던 시간들은
해 지고 어둑어둑한데
구슬 따먹기 하던 친구들은, 그 많은 오색 구슬들은 다 어디로
어디로 굴러가 버렸나
(그림 : 공기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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