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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애숙 - 완벽한 양념시(詩)/시(詩) 2021. 1. 24. 18:38
수십 년 묵은 여자의 적정량은 알아서 대충인걸요. 간장
도 대충, 고춧가루도 대충, 마늘 생강 설탕도 대충, 대충이
란 말보다 더 적당한 양념이 있을까. 세련된 셰프의 반짝
거리는 스푼이나 저울보다 손맛 구수하게 들어오는 소리.
이것저것 대충 집어넣고 보글보글 끓여낸 뚝배기 된장처
럼, 눈대중 마름질로 대충 만든 엄마의 옷처럼, 맛나고 속
편안한 대충. 그리 살아보아요. 틈 없이 재단하던 자의 눈
금도 희미해지고 빡빡하던 저울의 눈매도 헐렁해졌어요.
때 끼게 계량을 따지지 말고 사랑도 미움도 헐렁하게 대
충, 텅 빈 대나무처럼 속속들이 충만하게 대충, 대충.
(그림 : 방정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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