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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랑 - 옹이의 독백시(詩)/시(詩) 2021. 1. 19. 14:23
흔적은 기억을 벗어난 무늬. 퇴화된 발자국과 숨소리가 나이테로 휘감긴다 무늬는
왜 당신을 확장시키고 있을까 물음은 미궁 속 독백으로 뭉친다
단단한 것들은 회오리 눈을 가진다 눈을 어둡거나 선명하다 소용돌이가 깊어지면
층층이 몸을 포개어 긍정과 부정의 모순을 쌓는다 아무도 모르게 안쪽으로 고인다
매듭이 말을 걸어온다 당신은 매듭으로 의자와 책상을 만든다 줄이 튕겨질 때마다
작은 세포들과 새들의 울음이 깨어난다 향이 끝없이 들락거린다 펼쳐지는 형상, 모
서리와 이름들
또 하나의 그루터기를 가진 당신이 나를 본다 굽은 등으로 굳은 내력을 요약한다
이별 앞에서 내게만 보이는 옹이, 침묵을 품고 있다 문득, 밑동에서 솟구치는 가지
들처럼 당신의 독백은 상처가 만든 그리움이자 집중, 쌓이다가 불쑥 내게 다가온
것인 거야
(그림 : 서정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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