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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용 - 이별을 하려면 을숙도로 가라시(詩)/시(詩) 2021. 1. 4. 12:37
해거름 썰물 따라 빠져나간 강가에
농해 버린 가을은
언제부턴가 갈밭 사이 골골에 아기 새 울음을 포겠구나
아련한 내 기억아!
슬픈 것들은 이제 바람에 절여 노을께로 묻어 놓자
너는 너만의 계절 찾아 혼자의 발길을 돌릴 때
밟히던 노을의 두께가 무겁진 않더냐
키 큰 갈대 마디마디를 꺾어 파리한 슬픔 접고 싶어
그날 눈물을 노을 속에 숨기는 걸 배웠지만
그리움은 물 동그라미가 되어 더 넓은 부피로 번져 가고
꼭 이별할 자들은 해질 무렵에 맞춰 이곳으로 오라,
무서리 시작하는 11월이면 더 좋겠다
뜨는 해는 여름이 아름답고 지는 해는 겨울이 아름답듯
남은 자의 울혈 같은 석양빛 아래
서툰 우리들의 이별을
이곳에서 영원히 이별하자
(그림 : 장영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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