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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용 - 청사포 의 밤 기행시(詩)/시(詩) 2021. 1. 4. 12:45
해풍 치오름에 숨 헐떡이는 늙은 곰솔 간 끼에 졸고
쪽빛 버무린 청사포는 야윈 달빛 속에서
별가루를 치마폭으로 쓸어 담는다
어질머리 나는 해무가 달맞이길 구비에 허리끈을 동여매면
밤마다 해월정과 통정하던 오륙도 등댓불은
허한 가슴 억지 잠에 오늘 밤도 뒤척이리
여느 날도 줄곧 그랬듯
갈기 휘날리며 수면을 반죽하던 파도가
엿발 자자한 청사포에 하얀 피 쏟을 때
한 울음 기적 던져 놓고
동해남부선 기차는 해안선 너머로 떠났다
덩그러니 남겨진 레일 위에 미끄러지는 달빛
아, 아, 합칠 수 없는 철길의 평행처럼
그대와 난 언제나 마주만 보는 거야
비석치기에 지친 파도와 모래사장에
갯내 같은 기억을 던져 놓고
또 다른 추억 찾으려 뒤뚱이며 길 나서련다
상현달아! 어여, 내 등에 업히거라
(그림 : 김성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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