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 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 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 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그림 : 안기호 화백)
'시(詩) > 김남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남조 - 망부석 (0) 2021.04.16 김남조 - 내 심장 나의 아가 (0) 2020.06.09 김남조 - 노병 (0) 2019.08.30 김남조 - 무명 영령은 말한다 (0) 2018.06.06 김남조 - 미운 마음의 시(詩) (0) 2017.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