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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 미운 마음의 시(詩)시(詩)/김남조 2017. 12. 4. 15:52
너로 하여 소망을 품은 적 없으니
너로 하여 낙망할 까닭이 없다고
다짐하고
나에게 기쁨을 준 일 없기에
내가 눈물을 살 라 없다고 믿어얄 텐데
길지 않은 인생에서
무궁한 슬픔 어인 탓인가지내 온 날 갖가지 오뇌가
엷은 유리를 비쳐 보듯 보이는
밝은 눈의 나이에 이르렀는가나는 추운 마음으로
홀로 예까지 밀려와 있음이려니
그릇을 비워 그득히 새것으로 채우듯
부스러진 꿈의 조각들을 모으면
생명의 바구니에 담아 들고
다시 가야할 텐데미운 마음의 나무를 심어 준
너를 비껴 서서
미운 마음의 죄를 피하여
멀리 어디론가 떠나야할 텐데
짐짓 나 떠나야할 텐데(그림 : 최정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