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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겨울에도 그대는 늘 피어 있습니다
어디선가 한 올씩 실타래 푸는 소리 들려와
내다보니 조무래기 눈발 날리더군요
얼른 생각하기에는 처마 밑에서 떨고 있을
겨울새는 어떻게 몸 녹일까 궁금해졌지만
마음 시리면 잔걱정 늘게 마련이지요
하다못해 저 눈발도 마른 자리 골라 쌓이는데
그러고 보니 월동준비 튼튼하다고 해서
겨울살이 따뜻한 게 아니더군요
해 바뀌면 산에 들에 다시 꽃피는 거야
오랜 습관 바꿀 줄 모르는 자연법인데
그래도 무슨 꽃불 지필 일 있다고 노상
새 봄이 오면, 새 봄이 오면
기다림을 노래하는 사람들만 따뜻해 보였어요
생각 덮으러 끌어당기는 이불 적막한
나의 겨울에도 그대는 늘 피어 있습니다
기다려봐야 내가 피워낼 꽃은
천지사방 없는 봄인데, 그대는 여태 먼데
채 지나지 않은 세밑 달력이나 미리 찢어내고
오래 어이없었어요 조무래기 눈발 그쳐도
실타래 푸는 소리 여전한 건
실타래 푸는 소리 여전한 건
그대 향한 마음 한 올씩 풀어지기 때문이지요(그림 : 안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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