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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연호 - 편지
    시(詩)/강연호 2020. 12. 11. 11:53

     

    나의 겨울에도 그대는 늘 피어 있습니다
    어디선가 한 올씩 실타래 푸는 소리 들려와
    내다보니 조무래기 눈발 날리더군요
    얼른 생각하기에는 처마 밑에서 떨고 있을
    겨울새는 어떻게 몸 녹일까 궁금해졌지만
    마음 시리면 잔걱정 늘게 마련이지요
    하다못해 저 눈발도 마른 자리 골라 쌓이는데
    그러고 보니 월동준비 튼튼하다고 해서
    겨울살이 따뜻한 게 아니더군요
    해 바뀌면 산에 들에 다시 꽃피는 거야
    오랜 습관 바꿀 줄 모르는 자연법인데
    그래도 무슨 꽃불 지필 일 있다고 노상
    새 봄이 오면, 새 봄이 오면
    기다림을 노래하는 사람들만 따뜻해 보였어요
    생각 덮으러 끌어당기는 이불 적막한
    나의 겨울에도 그대는 늘 피어 있습니다
    기다려봐야 내가 피워낼 꽃은
    천지사방 없는 봄인데, 그대는 여태 먼데
    채 지나지 않은 세밑 달력이나 미리 찢어내고
    오래 어이없었어요 조무래기 눈발 그쳐도
    실타래 푸는 소리 여전한 건
    실타래 푸는 소리 여전한 건
    그대 향한 마음 한 올씩 풀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림 : 안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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