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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해장국집에서 혼자 국물 맛을 보다가
돌연 사무치는 , 너 이제 국물도 없다, 는 말
영문도 모른 채 너는
우선 도리질부터 하겠지만
아니다 아니다 이런 게 아니다 하면서도
용케도 아닌 것만 골라 디뎠구나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란 이런 때 참 주책도 없지
너는 결국 너와의 불화를 접고
너 자신을 타이르려 할지 모른다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깨도 두드려주며
다 잘 될거야, 무턱대고 낙관적일 수도 있다
그렇게 국물 앞에서 해찰하는 너를
누군가 지켜보기라도 한다면
물론 혀를 찰거다, 저렇게 혼자 중얼거리는 걸 보면
그러거나 말거나 국물도 없는 나이의 투정답게
어쩌면 너는 요즘 흉을 보기도 하겠지
늬들이 국물 맛을 알아?
국물 맛이란 사실 국물도 없을 때쯤 되어야
아는 맛 아닌가, 바로 이 맛이야
그때쯤 꾸역꾸역 찾게 되는 제맛 아닌가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란 이런 때 참 적절도 하지
어느새 다 식은 국물이
그렁그렁 목구멍을 넘어가는 새벽이다
(그림 : 허영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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