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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호 - 영원의 그늘시(詩)/강연호 2020. 2. 25. 10:38
오후의 그늘 아래 당신이 앉고
당신의 그늘에 기대 나는 누웠지
물 고인 돌확에 부레옥잠 떠다니듯
그늘에 그늘이 깊어 잠들기 좋았으나
그보다는 나는
영원, 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었는데
자리 바꿔 앉기 놀이나 하자는 듯
그늘은 심심해서
시샘해서
조금씩 자리를 바꿔 앉네
나뭇잎 한 장이 눈을 가리고
바람인지 햇살인지
영원이란, 영원히 순간이지
술래마냥 속삭이네
오후의 그늘은 문득 늙고
당신의 그늘은 자취가 없네
물 고인 돌확에 부레옥잠 떠다니듯
나는 일어나 빙빙 도네
누울 자리가 없네
앉을 자리조차 없네
(그림 : 장정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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