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나는 조그맣게 울었다.
그리고, 꽃씨를 뿌리면서 시집갔다.
봄이 가고.
우리는, 새벽마다 아스팔트 위에 도우도우새들이 쭈그려앉아
채송화를 싹뚝싹뚝 뜯어먹는 것을 보고 울었다.
맨홀 뚜껑은 항상 열려 있었지만
새들은 엇갈려 짚는 다리를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여름이 가고.
바람은, 먼 남국(南國)나라까지 차가운 머리카락을 갈기갈기풀어 날렸다.
이쁜 달(月)이 노랗게 곪은 저녁,
리어카를 끌고 신작로(新作路)를 걸어오시던 어머니의 그림자는
달빛을 받아 긴 띠를 발목에 매고, 그날 밤 내내
몹시 허리를 앓았다.
(그림 : 김정호 화백)
'시(詩) > 기형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형도 - 나리 나리 개나리 (0) 2014.04.28 기형도 - 388번 종점 (0) 2014.02.08 기형도 - 노을 (0) 2013.11.26 기형도 -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0) 2013.11.26 기형도 - 孤獨(고독)의 깊이 (0) 201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