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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는 망자와의 이별 연습
홍동백서 순서대로 다 차리고
지내는 건 아니지만
성심성의껏 나물 무치고 국을 끓이고
상선전 몇 장 지지고
살짝 말린 병어는 맨발로 휘청이며
슬픔을 끌어안고
과일은 저녁 풍경답게 오색 불빛 찬란하다
무릎 꿇고 망자와의 대면을 신청한다
그동안 잘 계셨나요
그 산비탈에 올해는 눈이 많이 오고
날씨 춥다는데
독감 예방 접종은 하셨는지,
김치는 조금 짜지 않게 담으셨면 좋겠어요
자식은 몸이 바빠서 참석하진 못했지만
마음만 지금 막 큰절 올리고
속성으로 쓴 안부 편지 한 장 올립니다
오늘따라 하늘에서 별들의 잔치가
펼쳐진 모양입니다
어떤 별은 훌라춤을 추고요
어떤 별은 고요하게 시낭송을 합니다
참 듣기 좋습니다(그림 : 남진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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