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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 - 그 해 겨울의 눈시(詩)/시(詩) 2020. 12. 5. 18:15
그 해 겨울의 눈은
언제나 한밤중 바다에 내렸다.희부옇게 한밤중 어둠을 밝히듯
죽은 여름의 반디벌레들이 일제히
싸늘한 불빛으로 어지럽게 흩날렸다.눈송이는 바다에 녹지 않았다.
녹기 전에 또 다른 송이가 떨어졌다.사라짐과 나타남
나타남과 사라짐이 함께 돌아가는
무성영화시대의 환상의 필름...덧없는 목숨을
혼신의 힘으로 확인하는 드라마클라이맥스밖에 없는 화면들이
관객 없는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언제나 한밤중 바다에 내린
그 해 겨울의 눈
그것은 꽃보다도 화려한 낭비였다.(그림 : 한임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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