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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이 앞치마처럼 펼쳐지면
나는 부드러운 개펄로 눕고 싶은 것이다
당신은 맨발로 와서
울렁거리는 젊은 날의 가슴
깊숙이 밟고 가라
내 속에 여문 그리움도
모두 캐어 가라
울컥 눈물을 보이거들랑
그 속도 쑥 뽑아가라
모두 다 내어 주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아픔이 밑동부터 화안해지면
나는 만신창이가 된 저 개펄로 누워
치유의 파도가 밀려오는
저녁을 기다릴 것이니
새 살은 밤새 차올라
내일 또 당신에게
눈부신 그리움을 드러낼 것이니(그림 : 한임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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