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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 먼 배후시(詩)/이상국 2020. 11. 6. 18:31
좋아하는 계집아이네 집 편지통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던져놓고
멀리서 지켜보던 때가 있었다
나는 카드를 따라 그애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해가 져도 그애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랫동안 밖에서 서성거리던 나는
언젠가 그애가 멀리 시집 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자애들은 그렇게 시집을 갔다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고
또 나는 그애의 무엇 하나 건드리지 않았지만
사철나무 울타리에 몸을 감추고
누군가를 기다리던 한 소년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리다
(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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