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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 아버지가 보고 싶다시(詩)/이상국 2020. 11. 6. 18:18
어떤 날은 자다 깨면
소 같은 어둠이 내려다보기도 하는데
나는 잠든 아이들 얼굴에 볼을 비벼보다가
공연히 슬퍼지기도 한다
그런 날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지금은 희미하게 남아 있지만
들에서 돌아오는 당신의
옷이나 모자를 받아들면
거기서 나던 땀내음 같은 것
그게 생의 냄새였을까
나는 농토가 없다
고작 생각을 내다 팔거나
소작의 품을 팔고 돌아오는 저녁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는 우리 식구뿐만 아니라
저 들과 들의 바람까지 걱정하며 살았는데
나는 밤나무 한 그루 없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그런 날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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