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숙 - 시간이 거꾸로 보여주며 말한다

 

이순을 넘기니 시간도 거꾸로 흐를 때가 있어

건너온 생이 어제 일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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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지나 차곡차곡 개켜둔 옷이 제철에 옷걸이에 줄줄이 걸리듯

한 생애가 시절로 나뉘어 차례차례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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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일들은 색깔 밝은 옷처럼 더욱 선명히 걸려

잘 봐라, 잘 봐라, 하며 가슴을 콕콕 찌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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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은 삶이 얼마나 있을까마는

그래도 왜 그때 그것밖에 못되었나 싶어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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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에도 이런 생각이 들까요?

발자국마다 다시 살피며 갈 일입니다

(그림 : 하삼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