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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림 - 메물능쟁이시(詩)/허림 2020. 9. 21. 18:10
니 내 좋아했는데
서산 어디 산다는 분산이가 오십 년 만에 와서 한 말이다
혼잣말 같기도 하고
들으라고 한 말 같기도 한데
모라고
못 들었으면 말고
그때 붉은데이 오면 능쟁이 해주려 했는데
한 번을 안 오데 서운하더라 그래서 내면 떠났다
지금이라도 만들어주지
됐다
말로 해줄게
통메물 찰강냉이가루 없으면 멧옥씨기가루 좁쌀을 준비해
그런 다음 노강지에 물을 넉넉히 붓고 메물 넣고 푹 능궈지도록 죽을 쒀
푹 퍼졌다 싶으면 찰강냉이가루와 좁쌀 나물 좀 넣고
눌어붙지 않게 능구면 돼
능구는 게 뭔데
내가 니 속에 들어가도록 속을 푹 늘궈놓는 거지
한번 먹고 싶다
메물능쟁이 같은 저녁을메물능쟁이 : 메밀, 찰옥수수가루 혹은 멧옥수수가루, 능쟁이를 넣어 만든 전병
능쟁이 : 명아주나물을 묵나물로 만든 것
(그림 : 송준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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