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림 - 김을 매다가 호미 자루가 빠졌다시(詩)/허림 2020. 10. 2. 13:59
뿌리가 깊었든가 돌에 걸렸을 거라 생각했다
그대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휑하였다
밭 두럭에 씨앗을 넣을 때도 호미 자루 되박는 일이 잦아졌다
마음이 돌아난 자리마다 풀이 무성했다
고랑에선 고라니가 새끼를 쳐 갔고
희고 붉은 꽃들이 읽어낸 그림자가 누워 있었다
바람이 불자 마른 꽃씨가 날았다
서로 가야 할 또 다른 세계는 어딜까
한 몸을 이루었지만 늘 겉돌았다
별 도리 없는, 헐거워진 생의 안부를 묻는
먼 곳의 전화는 뜸했고 눈이 자주 내렸다
먼 길까지 마중 삼아 눈길을 냈다
(그림 : 신재흥 화백)
'시(詩) > 허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림 - 시월이 가기 전에 (0) 2020.10.27 허림 - 도토리 (0) 2020.10.08 허림 - 따듯한 안부 (0) 2020.09.26 허림 - 메물능쟁이 (0) 2020.09.21 허림 - 마중 (0) 2019.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