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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도 외등이었다
멀리 떨어져 내 앞의 작은 길을
밝히는 것만도 쉽지 않았다
조금만 더 내 곁에 머물러 주었으면
붙잡고 싶은 사람도 많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생각하면 저 달도 외등
저 바다에 눈동자 붉은 해도 외등이고
저 수많은 별들도 수천억 년
혼자 뜨고 지는 외등이니
그런 외등들이 모여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쉬어 갈 모퉁이 울고 갈 공터
다시 걸어 갈 희망과 응원의 빛이 되어주느니
저 수많은 외등들이 모여
때론 시대를 환하게 밝히는 커다란 등불도 되나니
당신과 나의 붉은 영혼이
전력을 다해 그리움만 태우던
저 외등의 필라멘트였더라도
아파하지 말자
(그림 : 이갑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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