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철 - 암각화의 말시(詩)/최영철 2020. 8. 19. 16:55
네가 너에게 보낸 오래전 그 말
몰래 보고 혼자 가로챌까 봐
지워지지 않을 자리에 그려 둔 그 말
저만큼 찢어 날려 버릴까 봐
수수만년 비와 바람이 시샘하여도
꼭꼭 붙잡아 가슴에 안아 끄떡없도록
저리 버티고 선 등판에 박아 둔 말
영영 아주 먼 데를 찾아 헤맨 너를 향해
자꾸 손 흔들어 부르고 있는 말
귀먹어 못 알아들을까 봐
까막눈이라도 더듬어 알아듣도록
저리 공들여 새겨 놓은 말
아직 한 번도 주고받지 못하였으나
아직 멀리서 웅성대는 소리에
바위 문을 밀치고 나와
네가 너를 맞이하고야 말 그 말
바위의 귀가 꼭꼭 담아 놓고 있다가
네가 너를 얼싸안을 때
터져 나오고야 말 그말
(그림 : 이혜민 화백)
'시(詩) > 최영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영철 - 동거 (0) 2022.05.11 최영철 - 손 (0) 2020.11.28 최영철 - 서면 천우짱 (0) 2019.07.24 최영철 - 오랜 당신 (0) 2019.01.16 최영철 - 마지막 한 잔 (0) 2017.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