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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풀이 우거진 마당
허리만큼 자란 개망초가 마당을 휘돌아
맨발로 달려 나온다
풀 속에 듬성듬성
댕기머리 동여맨 봉숭아가
이제 오냐고, 기다렸노라고 반겨준다
다시는 오지 않겠노라
묻어둔 기억이 숙제처럼 쌓였는데
아랫배에 힘주고 뜰팡으로 올라서는 내게
처마 밑 거미가 달려들 기세다
지긋지긋한 가난이 탱자나무 가시로 일어서는 뒤뜰
어미아비 닮은 나를 보고
감나무, 얼굴이 붉다
(그림 : 이상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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