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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강 - 분별(分別)시(詩)/시(詩) 2020. 8. 8. 08:23
지게를 져 보면 안다
짐을 얹지 않아도
저절로 어깨를 짓누르는 중량감
그냥 그러고만 서 있어도
땀은 흘러 온 몸을 적신다
지게를 져 보면 안다
땀이 흐르면 땀을 닦고
더 버틸 수 없으면 짐을 부린다
대학을 나오면 무엇이 되는가
부자가 되고
그러면 잘 살게 되는가
잘 사는 것이란 무언가
한 짐 나무를 지고
생각하고 생각하는 이 분별
진 땅 마른 땅을 가려딛는
이 분별의 부끄러움
지게를 져 보면 안다
산등을 넘어가고 넘어가면
산이 있고 또 산이 있어
제멋대로 뿌리박은 나무도
한데 얼려 있음을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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