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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근희 - 호박죽을 쑤며시(詩)/시(詩) 2020. 7. 20. 18:57
잘했다 썩을 놈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두고 간 늙은 호박
방구석에 틀어박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다가
뒤늦은 엄마의 전화를 받고서야
배를 가른다
숟가락으로 속을 파내어 호박죽을 끓인다
부글부글 잘도 끓는다
엄마 속이
썩어문드러지는 소리 같다
(그림 : 강영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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