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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정자 - 부레옥잠
    시(詩)/시(詩) 2020. 7. 20. 18:06

     

    부레옥잠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 제 몸이 아니라

    물의 힘이라고 생각한 부레옥잠

    돌확의 수심을 짚어보다 조금씩 조금씩

    줄기의 한 끝을 부풀리기 시작한다

    돌확의 깊이에 대해 제 몸이 너무 무거운가

    뼈 없는 여린 물이 주저앉지는 않는가

    제 힘껏 가느다란 줄기를 튜브처럼 부풀려 본다

     

    저 대나무 쪽에서 흘러드는 물이 결코 마르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돌확이 부레옥잠의 뿌리를 물고기처럼 흔들어도

    부레옥잠 부르튼 싯푸른 입술이 날마다 띄우는 동그란 잎

     

    산길에는 바람의 길 맨발의 길 고독의 길이 화살표에 꿰어 있다

    생은 어느 길에서는 화살표에 관통 당하듯 지난 길을 난전처럼 열어 보이는 것인데

    물속에도 생각의 길이 있어 부레옥잠

    온 생애 절반을 피내림인 물과의 상생을 생각한다는 것

    부레옥잠도 제 이름이 가끔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저 애틋한 울림통의 애증에서 향기로운 꽃 피겠다

     

    내 몸이 어떤 다른 고통을 알아서 뜨겁게 몸 부풀어 꽃 피웠듯

    사랑은 알게 모르게 때로는 누수처럼 스미는 것

    부레옥잠 제 이름 속에서조차 흰빛 물냄새를 품어

    부레옥잠 부레옥잠 부르게 한다

    (그림 : 오수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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