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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바다에서
헛물만 켰다는 후회가 밀물져올 때
불현듯 낚시가방 챙겨 떠나고 싶은 곳 있지
이름만으로도
늑대 같은 파도들이 크릉 크르릉
사납게 마음의 기슭을 물어뜯는 것 있지
아차 하면
순식간에 검푸른 파도가 삼켜버려
내로라하는 꾼들도 차마 근접을 꺼리는
삶과 죽음이 나란한 직벽에서
대물과의 한판승부가
끊어질 듯 팽팽한 반원을 그리는 곳
추락을 거듭해온 생의 굴레를 벗어나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마음 하나로 곧추서
목숨을 미끼로 채비를 던지고 싶은
절체절명의
무섭도록 황홀한 절해고도
절명여
절명여(絶命礖) : 추자 바다에 떠 있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깎아지른 돌섬, 특급 바다낚시 포인트로 유명하다.
제주도에서 추자도 사이에 있는 모든 무인도나 여는 그야말로 낚시 천국인데 특히 절명여가 최고의 낚시터로, 모든 낚시인들이 꿈에라도 이곳에 상륙하기를 원하는 곳이다.절명여는 이름 그대로 조류의 흐름이 매우 빠르다. 낚시인이 동경하는 장소이지만 너울이 치면 매우 위험한 곳이다. 절명여의 포인트는 남쪽 계단과 배꼽, 고구마여(중간여), 끝여로 나뉘어 있다. 이 중에서 우선순위를 말하자면 끝여와 고구마여, 배꼽, 남쪽계단이다. 절명여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남쪽 계단 뒤쪽에 배꼽처럼 불쑥 튀어 나와 있는 배꼽 포인트이다. 날씨가 좋고 파도가 잔잔하면 야영 낚시도 가능한 곳인데 3~5명이 적당하다.
(그림 : 신정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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