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윤후 - 우리가 나눠 가진 촛불의 쓰임이 다를지라도시(詩)/시(詩) 2020. 6. 22. 17:39
때가 되면 돌아가겠지
더 늦기 전엔 불러야겠지
맹세를 견디다가 믿음이 되는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
터널 끝엔 빛이 없어
빛의 끝엔 터널이 있겠지만
그을림을 도려낼 수 있도록
아프거나 가렵지 않을 만큼
불꽃을 갖다 대면서
말하고 싶겠지 알고 싶겠지
따뜻함의 본색이나 감동 없는 촛불을
우리가 마주치지 않을 날을
모든 연기를 불꽃에서 꺼내고
각자 가녀린 잎사귀로 돌아가
활활 타오는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되었고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 따뜻해지겠지
그것은 언젠가 쓸모 있겠지
다시 불 붙여주기 위해
서로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다 쏟아지고 없는 것이
여기에 있기에(그림 : 김복동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원하 - 눈물이 구부러지면 나도 구부러져요 (0) 2020.06.22 송종규 - 나무의 주석 (0) 2020.06.22 이영옥 - 오필리아 (0) 2020.06.22 임영조 - 갈대는 배후가 없다 (0) 2020.06.21 이현주 -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0) 2020.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