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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규 - 나무의 주석시(詩)/시(詩) 2020. 6. 22. 17:46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을 때
한 세계에서 한 세계로 건너가고 있었을 때
미망(迷妄),
꽃이 피는 순간은 그런 것일 것이다
노란 장미가 피어있다 컵 속에
당신이 먼 해안이듯이, 당신은 정말 파도치는 먼 해안인지
누가 고여 있는 내 방의 공기를 뚫고 다녀갔다
가시가 건드린 내 방의 공기는 반죽처럼 쉽게 봉합되지 않는다
안개에 가린 듯, 어슴푸레하고 낯선 이 풍경이 처음인 듯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 어슴푸레하고 낯선 풍경은 아주 오래 전에 본 듯하기도 하다
그것은 미래이기도 하고 과거이기도 하고 당신이기도 하다
아무도 누설하지 않았지만
잎이 생긴 뒤에 피는 꽃잎은 나무의 주석이다
나비의 애벌레가 꽃잎 뒤에 붙어있다
(그림 : 김선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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