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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시(詩)/시(詩) 2020. 6. 21. 17:09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다가 지리라
바람으로 피었다가 바람으로 지리라
누가 일부러 다가와
허리굽혀 향기를 맡아준다면 고맙고
황혼의 어두운 산그늘만이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이어도 또한 고맙다
홀로 있으매 향기는 더욱 맵고
외로움으로 꽃잎은 더욱 곱다
하늘 아래 있어 새벽 이슬 받고
땅의 심장에 뿌리박아 숨을 쉬니
다시 더 무엇을 바라리오
있는 것 가지고 남김없이 꽃피우고
불어가는 바람편에 말을 전하리라
빈 들에 꽃이 피는 것은
보아주는 이 없어도 넉넉하게 피는 것은
한 평생 홀로 견딘 그 아픔의 비밀로
미련없는 까만 씨앗 하나 남기려 함이라고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다가 지리라
끝내 이름없는 들꽃으로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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