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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가 손때로 반짝거리는 호미가 있다.
하도 만진 뒤라서
흙이 먼저 물러나고,
풀이 알아서 뽑히는 호미가 있다.
흙에게 호미는 기적.
나의 ‘울산호미’는 스스로
밤새 나의 곁에서 김을 맨다.
두둑이 흘리는 흙덩이를 주워 올린다.
한때는 주인을 찾지 못해
창고 깊숙한 구석에 엎드려 살았지만
이제는 한낮의 해를 보거나,
구름의 그림자를 만지작거린다.
호미가 지나간 자리는 초록,
잎맥은 밭에서 살아나
밤새 흔들리며 열매를 키운다.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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