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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 슬픔의 뒤축시(詩)/이대흠 2020. 5. 11. 17:17
슬픔은 구두 같습니다 어떤 슬픔은 뒤축이 떨어질 듯 오래되어서 달그닥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참 오래 함께했던 슬픔입니다 너무 낡은 슬픔은 몸의 일부인 듯 붙어 있습니다
슬픔은 진즉 나를 버리려 했을 것이지만 나는 슬픔이 없는 게 두렵습니다
이미 있는 슬픔도 다하지 않았는데 새 슬픔을 장만합니다
새로운 슬픔은 나를 쓰라리게 합니다만
슬픔을 버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슬픔에 익숙해지려 합니다
남의 슬픔을 가져다 쓰는 경우도 있지만 잠깐 빌릴 뿐입니다
(그림 : 문정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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