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효근 - 부레옥잠시(詩)/복효근 2020. 4. 23. 11:36
누군가의 이름에 세 들어 사는 자는 누구의 꽃을 피울까
옥잠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부레도 아닌 것이 남의 이름에 기대어
옥잠으로 불리며 연잎처럼 물에 떠 있다
뿌리를 뻗어 흙에 닿으려 해도 흙에 닿는 순간 부레를 버려야 하고
옥잠에 이르려면 물을 버려야 한다
연잎은 더욱 아니어서 한 덩어리 불타는 꽃을 제 이름을 증명할 수도 없다
오늘 아침 부레옥잠은 부레옥잠의 꽃을 피웠다
부레옥잠은 부레가 아니어서 옥잠이 아니어서 더구나 연잎이 아니어서 부레옥잠이다
부레옥잠은 또한 부레옥잠이 아니어서
오늘 아침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부레옥잠의 꽃을 피웠다
다만 이름이 부레옥잠에 세 들어 살기 때문이다
(그림 : 허정금 화백)
Eric Carmen - All by myself
Hajime Mizoguchi(Cello)
'시(詩) > 복효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효근 - 가을, 달, 밤 (0) 2020.10.26 복효근 - 이후 (0) 2020.08.14 복효근 - 소나기 (0) 2020.04.19 복효근 - 소금의 노래 (0) 2020.04.16 복효근 - 복숭아꽃 아래서 (0) 202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