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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 실업의 능력시(詩)/시(詩) 2020. 4. 22. 17:25
아침을 뭉갭니다.
던져버립니다. 나를 차고 있던 시계를
삭제해버립니다. 꿈꿀 권리를
찾아옵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잊힐 권리를
유령이나 사물로 변신이 가능해집니다.
야간 비행이 가능해집니다.
주간 비행도 가능해집니다.
허공으로 정신이 마구 뛰어
놉니다. 정맥에 면도날을 올려놓고
놉니다. 인간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상태가 되어
맛봅니다. 마흔여덟 가지 감정을
고진(苦盡)해도 감래(甘來)하지 않습니다.
관념의 당의정, 희망 고문을 뱉어버립니다.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니었던 나는
성공합니다. 아무것도 안하는 일에
무언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남아돕니다.
캄캄합니다. 눈을 떠도 감아도
아무도 그립지 않습니다.
(그림 : 이석주 화백)
Samer Fanek - Lost Wal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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