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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 오복(五福) 양품점시(詩)/시(詩) 2020. 4. 20. 17:10
누구나 한번쯤 발걸음을 멈추지
수북한 창틀의 먼지 들이쉬고 있는 그집 앞
일석도 점집, 정희 한복집, 춘자네 고갈비집, 이마 맞댄 사이로
방울토마토 화분에 코 박은 양품점 입간판도 싱싱하게 자라지
오복(五福) 중 하나를 살까, 반직한 미닫이 문 밀면
달아나고 싶어 바람에 건들대는
도라지블라우스, 금강초롱 브래지어의 웃음이 간들거리지
골목 안 생기는 모두 빨아들였는지
기우뚱, 화분들 머리에 인 이층 베란다에도
S라인 수박색 쫄바지며 넝쿨무늬 능소화 홈웨어가 하늘거리지
그 옛날 술 잘 먹고 놀기 좋아하다
내쳐진 마고할미 이 골목으로 숨어들었다지
아흔아홉 마지기 하늘 못자리 대신 그 할미,
키대로 늘어선 화분마다 오복(五福) 씨앗 뿌리고 써레질한다지
그믐밤이면 두고 온 두 딸 보고파서
손톱에 피멍지도록 거름주며
알싸한 눈물 하늘로 피워 올린다지
새 옷도 그 앞에 내걸리면 헌 옷 같은
옷 사라오는 사람 하나 없는 종로3가 뒷골목 그 집 앞,
마고할미 화분들 더운 입김으로 후끈 달아오른
흰나비 몇 마리 너울대며 지나치지
(그림 : 조새별 화백)
Francisco Tarrega - Maria (gavotte) for guitar
David Russell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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