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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 라면을 끓이며시(詩)/시(詩) 2020. 4. 19. 08:47
새벽 3시
곡우 날 밤
묵직한 지구는 자꾸 기울고
몸 안의 허기진 시위에
라면을 끓인다희미한 경비실 등 굽은 외삼촌
하루의 노동에 겨워 잠든 새벽
동맥을 파고드는 굽은 발톱에
얼마나 등이 휘었을까
꽃잎 진 목련나무 위로 밤새 달려온
새벽달이 가쁜 숨을 내려놓고 쿨렁달팽이 한 마리 어항 벽에 귀처럼 붙어
구피의 소리를 껍질 속에 담고 있는 시간라면 사리들이 몸을 틀어 뿜어내는
스프냄새는 얼마나 정겨운가저토록 아름다운 냄새의 향연
잠든 외삼촌의 어깨너머로
또 한 번의 봄날은 간다(그림 : 전지숙 화백)
Schubert - Piano Trio No.2 in E flat major
D.929
2. Andante con 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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