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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악 - 하나씩의 별
    시(詩)/시(詩) 2020. 4. 18. 08:29

     

     

     

    무엇을 실었느냐 화물열차의

    검은 문들은 탄탄히 잠겨졌다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우에

    우리 제각기 드러누워

    한결같이 쳐다보는 하나씩의 별

     

    두만강 저쪽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쟈무스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험한 땅에서 험한 변 치르고

    눈보라 치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남도 사람들과

    북어 쪼가리 초담배 밀가루떡이랑

    나눠서 요기하며 내사 서울이 그리워

    고향과는 딴 방향으로 흔들려 간다

     

    푸르는 바다와 거리 거리를

    설움 많은 이민열차의 흐린 창으로

    그저 서러이 내다보던 골짝 골짝을

    갈 때와 마찬가지로

    헐벗은 채 돌아오는 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헐벗은 나요

    나라에 기쁜 일 많아

    울지를 못하는 함경도 사내

     

    총을 안고 뽈가의 노래를 부르던

    슬라브의 늙은 병정은 잠이 들었나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우에

    우리 제각기 드러누워

    한결같이 쳐다보는 하나씩의 별

    (그림 : 김지환 화백)

     

     

     

    David Lanz - Ode To A Dark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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