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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해 - 봄밤의 냄새시(詩)/문성해 2020. 4. 13. 12:03
꼭 십구세만 말고
늙음이 만개할 때도 꽃이라 치자
꽃이 활짝 피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민경이 할머니 얼굴을 마주하면
묵은 향기에 내 옅은 졸음이 다 흔들려지
꽃받침이 꽃을 모시듯
차곡차곡 접혀진 목 위에서
주름진 얼굴이 송이째 웃을 때는
꽃송이가 쿵, 떨어질라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야 하지
어스름이 처마로 슬슬 내려앉는 시각
목련꽃들이 쉬 꽃잎을 접지 못하는 것과
마루에서 가갸거겨 한글공부 하던 민경이 할머니가
간혹 한숨을 쉬는 이유는 똑같은데
꽃이 꽃을 불러낸 듯
마당으로 내려선 민경이 할머니가
공중의 목련꽃들과 향기를 섞는
시큼덜큰한 봄밤이네
(그림 : 김한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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