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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 진주 눈길시(詩)/복효근 2020. 3. 25. 17:32
전국에 대설주의보 내린 날
남원에서 진주까지 가야 할 직행버스 대한여객은
운봉고원 눈이 너무 쌓여
인월까지밖엔 가지 못하겠다고 멈춰섰다
눈 오는 지리산은 옷 벗은 여인의 속살 같고
나야 목적지까지 다 왔으니 그만인데
진주라는 이쁜 이름이 자꾸만 입안에서 맴돌아,
가지 않아도 되는 진주 가는 눈길을 한 사흘 헤치며
눈부신 진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온통 눈 빛깔 하나로
기다림과 그리움이 하얀 진주 사람들에게
길 막혀 더욱 그리운 이들의 소식과,
세상에 다시없을 저 눈 덮인 지리산의 이야기를
밤새도록 풀어놓고 싶었다
저 눈 속에 파묻혀 한 사흘이면
우리가 죄 없는 눈 나라 시민으로 순결해지리라
눈은 막무가내로 더 내리고 돌아갈 남원길도 막막한데
눈 땜에 진주에 못 가는 사람들에게
괜찮다면
인월장터 시장 식당에 가서
순대를 숭숭 썰어넣은 해장국에 막걸리나 푸지게 푸자고
문득 어깨를 겯고만 싶었다
인월장 :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에서 열리는 5일장이다.
끝 자리가 3·8일이면 이른 아침부터 장이 선다.
인월(引月)이란 지명은 ‘달을 끌어온 곳’이라는 뜻. 고려 말(우왕 6년) 이성계의 황산대첩에서 유래됐다.
(그림 : 한희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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