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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되는 것들은 아득합니다
나는 타악입니다 부딪혀서 아름답습니다
고통을 노래하는 방식입니다
아픈 쪽부터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건반을 누르면
소리는 소리를 끌고 대지의 끝으로 번져 갑니다
고통에는 모두 주인이 있습니다
소리의 표정을 본 적이 있습니다
건반을 누르면 피로 다녀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맨발로 물가를 걸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쓸모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안녕 손을 흔들며
흘러가는 것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 봅니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아름다운 얼굴이 쏟아집니다
나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는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바람이 불어서 나는 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있을까요
피아노는 저 많은 곡조를 다 껴안으려
다리만 남았습니다
바람 불면 나는 미와 레 사이에 있습니다
반음으로 찾아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썩는 것들과 흩어지는 것들의 계명을 생각합니다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반음의 계절
나는 낮은 도쯤에서 희미하게 서러워질 것입니다
어깨를 감싸면 따스합니다
퍼져 갑니다 건반 위를, 나는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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