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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화 - 꽃밭의 비밀이 짜하다시(詩)/시(詩) 2020. 1. 30. 10:36
꽃밭을 매는 것은 비밀을 가꾸는 일이다.
꽃이 피듯이 자라는 비밀은 아름답다.
비밀스런 것이 꽃으로 피어난다.
유별나고 소중한 마음이 꽃가지에 살아있다.
속이 불편해도 참아야하는 사정을
감추어야 할 때까 있다.
꽃이 피는 시점에는 참아야 한다.
얼마간 어설픈 것을 꽃도 알고 있다.
호기심을 품은 눈빛이 쏠리고 있다는 말이
꽃밭에 짜하다.
나날이 떨리게 피는 모양을
깊이깊이 바라보고 느끼고 싶다.
한 마디 말에도 상처받는 기미를 살피고
꽃을 보면서 행복하다.
나처럼 그대에게도 내가 비밀이었으면 하는
말 못할 사정이 내 안에도 있다.
실없이 나가서 소리치고 싶은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일어나서
눈치 없는 짓이라도 해야할까보다.
갠 날에 길을 나서듯
모처럼 찬란한 꽃길에 그대와 더불어
단단히 작정하고 마음에 있는 말을 해버리자.
마음은 촉촉하고
말이 씨가 되어 꽃이 피지 않을까.
무럭무럭 꽃이 피면
아무도 비밀에 대하여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림 : 이석보 화백)